블루지니의 얄타한 웹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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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7/05/13 2007년 5월 12일


인터넷에서 영화 시간표를 확인하고 신촌 아트레온으로 갔다.
역시 혼자 보는 것은 메가박스가 제일이지만 검색해보니 예약 없이는 힘들다.
물론 신촌은 10분전에 도착해도 표가 많이 있다.

표를 주문하고 거스름돈만 받고 정작 표는 안 받고 가려고 했었다.
처음도 아닌데 괜시히 쉽지 않다는 생각이 불현듯 들었다.
얼굴이 달아올랐다.

좌석에 앉았다.
내 옆에도 혼자 온 사람,
내 뒤에도 혼자 온 사람.
혼자 온 사람들을 이 구석탱이에 다 모아놓다니.
그들과 웃음 코드가 점점 같아지는 것이 왠지 슬프다.
특히 내 옆은 아저씨잖아.

영화가 끝났다.
액션은 잘 만들었지만 좀 더 그럴 듯 한 전개를 보여줄 수는 없었나 하는 아쉬움을 뒤로하고,
보러 갈 때 그랬던 것 처럼
안경을 벗고 모자를 꾹꾹 눌러쓰고 헤드폰을 끼고 볼륨을 25로 올린다.

몽롱한 신촌의 불빛들이 쌀쌀한 봄바람과 쿵쾅거리는 비트와 함께 스쳐 지나간다.
한숨을 쉬어보기도 하고,
노래를 따라 흥얼거려보기도 하고,
몸의 체온을 높이기 위해 몸을 움츠리고는 양 손으로 양 팔을 쓰다듬어 보기도 하고,
나 역시 누군가에게는 아저씨로 보일거라는 생각도 해 보고,
영화속에서 나왔던 대사들을 떠올려보기도 하고,
시간과 공간과 빛과 그리고 인간의 눈에 대한 생각도 잠시 해본다.

그대로 집으로 가기 뻘쭘해 카메라를 꺼냈다.
이미 밤 11시가 넘었고, 목적지도 없다.
일찍 나왔더라도 달라질 건 없었겠구나.
아무거나 한장 찍자고 카메라를 드는데 모자 앞캡이 방해한다.
흐름이 끊긴 순간 생각보다 빛이 많을거라는 생각에 미리 셋팅한 iso3200 을 낮춰본다.
400? 800? 대충해.
카메라를 모자의 앞 캡보다 앞에 두고 조그마한 뷰파인더를 째려보며 샷.
생각보다 셔터가 잘 나온다.
조리개를 조일 수 있겠다고 순간 생각했지만,
셔터를 끝까지 누른다.
이대로가 나을꺼야.



사진은 마치 폰카로 찍은 것 처럼 뿌옇게 나왔다.
어느새 사진기가 내 마음을 읽는 걸까 나의 맨 눈에 부닥친 빛과 비슷하다.
볼 수 있어 다행이라는 생각을 해본다.
2007/05/13 20:00 2007/05/13 20:00
Posted by 블루지니
THINK/THINGS l 2007/05/13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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